라이프로그


비틀즈의 'Help!' 1960년대 영화



<A hard day's night>의 성공에 힘입어 두 번째로 비틀즈와 감독 리처드 레스터가 만든 영화. 영화라고는 하지만 플롯은 형편 없이 유치하고 단순하며, 개그는 영국의 노동계급이 좋아할 만한 수준으로 일차원적인데, 그냥 전성기의 젊디 젊은 비틀즈의 장난기 가득한 모습과 흉내낼 수 없는 그들의 노래를 즐기면서 실없이 웃으면 되는 영화다.
드러머인 링고 스타가 끼고 있는 커다란 붉은 반지가 어느 사이비 종교집단의 인신공양에 꼭 필요한 물건으로 밝혀져 링고를 비롯한 네 친구가 전세계를 돌며 쫓기는 이야기인데, 오스트리아의 스키장에서 찍은 장면은 넘어지고 자빠지는 슬랩스틱과 어우러져 제법 보는 재미가 있다. 중간중간 나오는 허무 개그들, 즉 다른 멤버들이 링고가 반지를 빼지 못해 목숨이 위태롭자 "손가락 하나 없으면 어때, 잘라 버려, 넌 우리 밴드에서 별로 하는 일도 없잖아"라든지(사실 맞는 말이다, 비틀즈의 원래 드러머는 따로 있었고, 솔직히 링고 스타 아니더라도 비틀즈의 드러머를 할 수 있는 이는 쎄고 쎘을 테니), "그놈의 편도선 잘라 버리지 그래" 같은 대사들이 재미난데, 실제로 링고가 편도선을 떼어 내는 수술을 하자 그 편도선을 수집가들이 노리는 바람에 병원에서 폐기처분했다는 실화가 있을 정도로 그들의 인기는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었다.
이 영화에 나오는 노래들은 크게 존 레논/폴 매카트니 공동 작곡, 그리고 단 한 곡의 조지 해리슨 곡으로 이루어져 있고, 누가 리드 싱어를 맡았느냐에 따라 레논이 주로 쓴 건지, 매카트니가 주로 쓴 건지 금방 알 수 있는데, 역시 존 레논이 쓴 곡들이 훨씬 선율이 좀 더 복잡하면서도 귀에 쏙쏙 들어오고 음악적인 개성이 돋보인다(<Help!> <You're going to lose that girl> <You've got to hide your love away> <Ticket to ride> 같은 곡들이다).
최근에 비틀즈의 정신적 스승이었던 인도의 명상가 마하리시가 죽었는데, 이 영화에 잠깐 나오는 비틀즈의 변장 모습으로 이 영화 이후에 그들이 인도에 가서 문화적 충격을 받고 난 후 길렀던 수염과 머리 따위가 보이는 게 재밌다.
비슷한 곡이 하나도 없었던 위대한 대중음악가 비틀즈. 이제 남은 건 링고와 폴뿐이다. 부디 폴 매카트니가 자기 노래 음정도 못맞추면서 끊임 없이 무대에 나와 비틀즈의 옛 영화를 울궈먹는 모습을 그만 보기만을 바랄 뿐....
아래는 영화 수록곡. 중간에 큰 소동이 벌어질 때는 바그너의 오페라 <발퀴레>도 나온다.
1965년/색채/90분
연출/Richard Lester

덧글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