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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전기자동차를 죽였는가? 2000년대 영화



이 기록영화는 90년대에 잠깐 나타났다가 사라진, 또는 '죽임을 당한' 전기자동차의 짧은 역사와 그 의의를 파헤친 매우 뛰어난 작품이다.
전기자동차가 나온 이유는 미국에서 가장 대기오염이 심한 캘리포니아주에서 자동차 회사들을 상대로 매년 배기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자동차를 일정 비율로 만들어야 한다는 강제규정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GM의 귀엽고 깜찍한 EV1모델을 필두로 혼다 등 몇 회사에서 소량을 만들어 모두 대여(lease) 형식으로만 팔았다. 집에서건 사무실에서건 충전할 수 있고, 한 번 충전하여 110~160마일을 달릴 수 있는 차였지만, 소비자들이 외면한다는 이유로 제작사들은 몇 년 안 가 조립라인을 폐쇄하고 대여를 종결하고 차들을 회수하여 멀쩡한 상태에서 분쇄해 버렸다.
이 전기자동차 개발에 참여했던 여러 사람들의 안타까운 증언과 GM등 회사측의 변명이 교차되는데, 일단은 큰 차를 선호하고 전기자동차가 대기오염과 지구환경에 미치는 영향이나 지나친 석유 의존도 때문에 빚어지는 정치적인 무리수(이라크 전쟁 등)등을 깊이 생각하지 않는 미국의 소비자가 전기자동차를 사라지게 만든 첫번째 원인인 듯 보인다. 그러나 영화가 차례로 밝히듯이, 소비자들은 제대로 된 차광고를 본 기억이 거의 없다. 강제 규정을 지키기 위해 할 수 없이 만들었던 전기자동차를 적극적으로 팔 생각이 애초에 없었던 게다.
석유회사들은 당연히 강제규정을 폐지하려고 소송을 했고, 전기 충전기 회사의 특허권을 사들였으며, 자동차 회사들은 전기자동차가 고장시 수리비가 훨씬 적게 든다는 이유로 이익 삭감을 우려했다. 정부는 자동차 회사들의 로비를 받고 국민들에게 전기 자동차의 이점을 인식시키지 않았고, 주정부는 강제규정을 결국 폐지했으며, 훨씬 유지 비용이 많이 드는 수소자동차 개발로 방향을 돌렸다. 그러나 석유를 30% 정도 사용해야 하는 이 수소자동차는 앞으로 석유가격이 왕창 떨어지지 않는 한 그 비용은 개솔린 자동차보다 서너 배 더 비쌀 것이며, 소비자가 원하는 차 크기로 만들면 수소를 저장할 공간을 확보할 수 없고, 대중화되기 위해서는 전국에 최소 1,2만개의 수소 충전소를 세우지 않으면 안 된다. 전기자동차를 다 죽여 놓고 이런 악조건의 수소자동차를 개발한다고 하는 미정부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이 영화에 그대로 담겨 있다.
미국인들이 하루에 달리는 거리가 평균 30마일이므로 90%의 미국인이 쓸 수 있었는데도 이 모든 이유로 인해 사라진 전기자동차. 이 기록영화를 보고 가슴이 답답하면서도 한 편으로는 인류가 마음만 먹으면 이런 자동차를 만들어 쓸 수 있다는 사실에 위안을 조금 느껴 본다. 지금 너무나 올라 버린 기름값 때문에 식품값을 줄이고 외출을 삼가한다는 미국인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원제/Who killed the electeic car?(2006)
연출/Chris Paine(Who saved the electric car?라는 제목으로 후속작을 만들 계획이라고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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