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로그


나포리의 영혼 2000년대 영화



나포리...하면 우리는 대개 경치 좋은 이태리 남부의 항구 도시, 베스비우스 화산이 가까운, 폼페이를 가려면 거치는, '오 솔레 미오' 같은 노래로 유명한 낭만적인 도시로 알고 있다. 그런 개념을 가지고 가서 그 부분만 보고 오면 나포리를 거의 안 본 거나 마찬가지라는 걸 이 영화는 말해 준다.

물론 이 다큐는 관광안내용 영화가 아니다. 보통의 단체 관광객들이 접할 수 없는, 또는 않는 곳들,이나 사람들을 주로 다룬다. 이 영화를 빛내는 사람들은 주로 진짜 서민들이다. 우리나라 기준으로 봐도 엄청 가난해 보이는, 수 백년은 되어 보이는 다 쓰러져 가는 빈민가 건물(상당수는 무허가로 살고 있다)에서 초라한 연금으로 살거나 아예 직업이 없는 사람들이다. G7국가인 서구 선진국 이태리의 서민도 별 수 없다. 우리가 탐내는 Made in Italy 가방의 대부분은 낡은 건물의 지하방에서 접착제 냄새로 건강을 해치며 일하는 가난한 사람들이 저임금을 받으며 만든 것들이지만 우리는 개의치 않으며, 그 빨래가 너절하게 널린 좁은 빈민가 골목은 그러나 관광객에게는 또 하나의 '이국적인 관광상품'이 될 수도 있다.

이태리는 1860년에 통일되었지만, 그로 인해 남부의 영향력 있는 도시였던 나포리는 그 명맥을 이어가지 못 하게 된다. 정치적, 경제적으로 아무런 힘이 없는 것이다. 경제는 북부의 밀라노가 중심이고, 정치는 물론 수도인 중간의 로마. 인구로는 이태리 세 번째 도시지만 나포리는 경제적으로 낙후하고 마약이 범람하며 범죄가 많은 도시다. 더 큰 문제는 물론 심각한 빈부격차다.
17세기부터 이어져 온 나포리 귀족들의 빈민구제 사업을 피오 몬테라고 한단다. 혁명이 일어났던 프랑스와는 달리, 이태리는 아직도 귀족계급이 남아 있는 모양이다. 겉으로는 민주공화정이지만, 사람들의 의식 속에는 귀족은 귀족, 서민은 서민이라는 구분이 확실해 보인다. 이 두 축이 나포리의 souls을 이룬다.

귀족은 피오 몬테 사업을 통해 수 백년 동안 빈민 구제사업을 해 왔는데, 그들의 모토는 "운 좋게 물려 받은 재산과 영향력을 남을 위해 써라"는 거란다. 그들은 유명한 화가 카바라지오에게 일곱 개의 자선을 주제로 한 그림을 그리게 하고, 그 그림을 자신들의 상징처럼 소중히 보관해 왔다. 그러나 그 그림의 복사본을 보는 진짜 서민들의 반응은 역설적이다. 도무지 그 그림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 하는 것이다. 귀족들의 자선 정신이 아무리 고귀하여도, 막상 가난에 시달리는 서민들, 아니 진짜 빈민들의 눈에는 그 그림이 '또 하나의 불필요한 호사'쯤으로 보일 수밖에 없는 건 그들의 잘못은 아닐 게다.
이 다큐 영화는 흔히 보는 식의 다큐가 아니다. 영상은 시적이고, 음악은 범상치 않게 가슴을 울리며, 생각지 못 했던 독특한 시각으로 한 도시를 꿰뚫는 영화다. 하나의 문학작품 같은 느낌마저 준다. 시적이라고 해서 뭐 괜히 멋을 부리려는 태도는 전혀 없고, 프레임 하나하나가 배경음악과 나레이션 등과 어울려 시를 읽는 것 같은 효과와 진한 감동을 주는 그런 영화다. 귀족들도, 빈민들도 하나같이 생생하게 살아 있고 사람 사는 세상의 진면목을 보여 준다. 결론은? 이게 바로 '진짜 나포리'다! 수백만원을 들여 단체관광 가지 않고 '느끼는' 진짜 나포리.

원제/Souls of Naples
감독/Vincent Monnikendam
Netherlands, 2004, 94 min, Color , 35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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