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로그


나포리에서 시작된 일 1960년대 영화



한창 잘 나가던 소피아 로렌과 1년 뒤 죽음을 맞는 클락 게이블이 공연한 스크루볼 코미디쪽 영화인데, 사실 이 영화를 보는 재미는 이 두 스타의 '화학작용'이 아니라, 미국의 부를 상징하는 필라델피아 변호사와 이태리에서도 매우 가난한 나폴리(구체적으로는 카프리섬)의 서민처녀가 재미나게 보여 주는 '문화충돌'이다(헐리웃 영화답게 가난하다는 처녀가 입고 나오는 옷들은 눈이 휘둥그레지는 것들이지만^^).

이태리 처녀와 사생아를 낳고 돈이 안 되는 폭죽사업(이태리적 비경제적인 낭만성을 상징하는)을 하다가 교통사고로 죽은 동생의 뒷수습을 하러 '오기 싫은' 나폴리에 온 게이블이 카프리섬에서 아이를 키우고 있는 처녀이모 로렌과 사랑을 하게 된다는 줄거리인데, 두 사람의 사랑보다는 양키문화(뭐 이태리사람들이 그런 것도 문화라고 생각하는지는 모르겠지만^^)와 로마제국부터 이어지는 유서깊은 이태리문화의 비교가 정말 재미나다.

미국인은 가난한 이태리인(물론 이 가난은 남부 이태리에 국한되는 것이지만, 암튼 이 영화의 배경이 그 가난하다는 나폴리와 카프리섬이므로)을 경멸하며 달라를 뿌리고, 그 달라를 벌기 위해 관광객들에게 웃음을 파는 이태리인들은 그러나 속으로 그들의 천박함과 상스러움을 혐오한다. 관광지의 각종 행사들은 대부분 관광객만을 위한 것이며 정작 이태리사람들은 집에 앉아 티비를 본다든지, 절대 지켜지지 않는 페리시간으로 카프리섬의 숙박업계가 먹고 산다든지(^^), 60년도에 벌써 이태리 서민들이 미국인 변호사에게 "중동에서 기름 그만 욕심내고 떠나~"나 "미국에서는 글쎄 스파게티를 통조림으로 판대"같은 말을 한다든지....
이 영화의 최대 장점은 재치있는 대사다.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재치 넘치는 대사가 많다. 주연인 소피아 로렌은 이 영화에서 물론 헐리웃이 원하는 대로 '젊고 예쁘지만 생각이 없는 여자'로 나오지만, 로렌 스스로 말하길 자신의 두 가지 타고난 장점은 현명하지만 가난하게 태어났다는 거라고 말했듯이, 이 배우는 이태리의 마릴린 몬로로 불리우며 세기적인 섹스심볼로 군림했지만, 영화에서 볼 때마다 이상한 내공이 느껴지는 인물이다.
클락 게이블은 이미 건강이 안 좋았는지 어쨋는지 암튼 매우 피곤해 보인다. 생기라고는 거의 느껴지지 않는데, 그래서 두 남녀의 화학작용이 조금 약하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목소리가 정말 깬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는 못 느꼈는데, 영화 처음에 게이블의 나레이션이 나오는데 하도 목소리가 이상해서 제삼자의 나레이션인 줄 알았다.^^ 게이블의 조카로 나오는 이태리 꼬마배우 마리에토와 게이블의 변호사로 나오는 빗토리오 데시카가 없다면 이 영화는 정말 맥빠진 그저그런 스크루볼 코미디가 되었을 거다.

이태리는 G7 국가이지만, 북부와 남부의 경제력 차이는 엄청나다. 북부 산업도시 밀라노와 정치, 문화의 중심지 로마에 이어 인구로 세 번째가 나폴리이지만, 이태리 통일 이후 나폴리는 급격하게 그 영향력을 잃기 시작했고, 지금은 북부가 남부의 뒷치닥거리를 할 수 없다고 독립하려는 운동까지 있을 정도다. 물론 그 배경이라면 이태리는 19세기에 통일되기 전까지 로마 제국 멸망 이후로 천 여 년이 넘게 각각의 도시국가로 쪼개져 독자적으로 살았고, 그래서 물론 지방마다 언어와 문화, 음식등이 다 특색이 강하다는 것. 그래서 우리처럼 단일국가로 오래 살아온 나라와는 그 정서가 확연히 다를 수밖에 없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해가 안 되는 것도 아니다.
작년에 밴쿠버영화제에서 본 다큐멘터리 <나폴리의 영혼>에서도 이 나폴리의 가난이 주제지만, 나폴리는 범죄(특히 마약)가 만연하고 실업율이 무척 높으며, 수 백년 된 낡은 건물에서 초라한 연금을 받으면서 사는 사람들로 득시글하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 보듯이 그들의 문화적 자긍심은 하늘을 찌를듯 높다. 영화에서는 처음 나폴리에 도착해서는 이태리제 생수도 의심하던 게이블이 마지막 장면에서는 조카와 다정하게 수돗물을 마신다. 미국달라로 살 수 없는 그 무엇이 이태리에 있다는 걸 그도 깨달았던 게지...^^
뒷이야기:로렌은 이 영화를 찍기 위해 이태리로 몰래 들어와야 했다. 당시 그녀의 남편 카를로 폰티는 중혼죄 혐의를 받고 있었기 때문에.

로렌은 실제로 나폴리 근교 빈민가 출신이다.
로렌이 내가 무척 좋아하는 말론 브랜도와 정말 재미없는 영화 <홍콩의 백작부인>을 찍을 때 브랜도와 호흡이 별로 안 맞았던 모양. 브랜도 전기를 보면 그녀의 입냄새를 참을 수 없었다고 써 있다.^^ 심지어는 러브씬 촬영 후 브랜도가 그녀에게 "당신 코털 있는 거 알아요?" 했다나 뭐라나. 뭘 그렇게까지 했나 그려~~

원제/It started in Naples
1960년
연출/Melville Shvel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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