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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티나 여왕 1930년대 영화



영화 포스터에 영화 제목보다 몇 배나 큰 글씨로 주연배우 그레타 가르보의 이름이 떡 하니 써 있는 걸로 짐작할 수 있는 건, 이 영화가 크리스티나 여왕 이야기를 빌려 와서 가르보를 띄우기 위한 영화라는 거다.
17세기 30년 전쟁의 와중에서 죽은 아버지 구스타프의 뒤를 이어 여섯 살의 나이로 왕위에 오른 크리스티나는 베스트팔렌 조약 체결로 전쟁을 끝내고 학문과 예술에 심취한 여왕이었다. 영화에서는 남장을 하고 다니며(그렇게 예쁜 여자를 남자옷을 입었다는 이유만으로 아무도 여자라는 걸 모른다는 설정 자체가 말도 안 되지만^^) 스페인의 외교사절과 사랑을 하여 왕위마저 내 놓는 인물로 나오지만, 그 사랑 이야기는 역사적으로 확인된 적이 없고 오히려 여왕의 동성애적 성향이 전해지고 있다고 한다.
영화에서 무척 마음에 드는 건 훌륭한 대사이다. 쓸데 없는 말이 없고 품위와 격조가 있다. 여왕의 애인 역에 한 때 가르보의 진짜 애인이기도 했던 존 길버트가 나오는데, 이미 영화계의 총애를 잃어가기 시작하던 그를 가르보가 우겨서 쓴 거라고 한다. 뒷이야기에 따르면 가르보는 공연배우만 아니라 촬영기사, 엑스트라들까지 직접 골랐다고. 당시 얼마나 가르보가 제작자들이 돈을 많이 벌게 해 주는 배우였는지를 알 수 있다. 존 길버트 역에 애초에 로렌스 올리비에가 거론되었지만, 스크린 테스트 결과 두 사람 사이에 화학작용이 일어나지 않았다나 뭐라나....
이 영화에 나오는 다른 인물들은 죄 가르보의 들러리다. 거의 일인극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그러나 보는 이를 충분히 만족시킬 만큼 가르보의 신비한 미모와 섬세한 표정연기, 카리스마는 대단하다.
원제/Queen Christina
1933년 흑백 97분
연출/Rouben Mamoulian(<지킬박사와 하이드씨/3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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