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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무어의 대통령 길들이기 책이야기(정치)

원제는 Mike's Election Guide다. 번역 제목은 내 생각에 책 내용의 아주 일부분만을 담고 있기 때문에, 선정적이긴 하나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 맨 마지막에 '대통령 길들이기'라는 짧은 장이 있긴 하나, 그것 역시 짐작컨대 원래 의도는 '전 대통령(여기서는 조지 부시)을 체포해야 하는 35가지 이유(한 하원의원이 제출했던 탄핵안 내용)'이다.

 

마이클 무어를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게다. 나는 일찌감치 그의 팬이 되었더랬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보울링 포 콜롬바인>을 본 이후부터다. 그의 전작들을 뒤져서 보기 시작했고, 그가 만든 주요한 영화들을 거의 다 보았다. 물론 갈수록 영화를 연출하는 그의 기법이 지나치게 선정적이라 거북할 때가 더러 있지만, 정치, 사회현상에 관심이 없이 살아가는 대다수의 평범한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만들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해 못 할 것도 없으리라.

 

얼마 전에 최근작인 <자본주의-러브 스토리>를 보았는데 이전 주제들보다 좀 더 복잡하고 어려운 주제인 자본주의를 가지고 깔끔하고 쉽게 만들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 책은 손에 딱 잡히는 크기의 200 여쪽 정도 되는, '정치에 무관심한 사람들을 위한 지침서'이다. 투표를 왜 해야 하느냐에서부터 마이클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실행할 10가지 공약(물론 그런 꿈을 꾸고 있지는 않지만), 진보가 선거에서 지는 이유들(무어는 공화당과 비교하여 민주당을 진보로 상정한다. 보기 나름이지만, 어쨋든 모든 건 상대적인 거니까), 정치발전을 위한 기본적인 제도의 필요성 등을 특유의 포복절도하는 입개그를 섞어가며 풀어 놓는다. 물론 미국 정치만에 해당하는 이야기들이지만, 읽다 보면 많은 부분에서 우리나라 정치현실에 딱 들어맞는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게 된다.

 

특히 내가 공감한 부분은 '진보가 선거에서 지는 6가지 이유'다. 그 중 우리나라에 대입해 볼 수 있는 부분은

1)한나라당(공화당)의 선거전략에 말려 들기-인신공격과 그들만의 룰로 나가는 꼴을 보고만 있는 점잖은 찌질이 되기

2)한나라당(공화당)을 어설프게 흉내내기-진보와 보수, 두 토끼를 잡기는커녕 기존의 야당 지지세력마저 이탈시키기,

이다.

 

뭐 우리가 볼 때 공화당이나 민주당이나 미국만의 이익을 위해 세계 어느 곳에서 무슨 짓이든지 할 수 있는 걸로는 거기서 거기이지만, 마이클 무어는 열렬한 민주당 지지자다 보니 그래도 공화당이 나라를 다 망쳐 놨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국외자인 내가 판단할 수 없는 문제이긴 하지만, 사회적 약자를 안고 가려는 의지가 공화당에 비해 많다는 것을 생각하면, 내가 미국민이라 해도 민주당을 찍을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그는 외친다. 여성의 참정권도, 흑인의 인권도, 다 그렇게 해서 얻은 거라고. 가만히 있으면 정치인들의 노리갯감이 되는 수밖에 없다고. 물론 그가 말하는 '가만히 있는 것'은 투표도 안하는 행태를 말한다. 우리 시민광장에는 그런 분들이 아예 없을 테니, '가만히 있지 않는 것'은 우리에게 과연 어떤 걸까?를 생각해 본다. 그러나 그 이전에 우선,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을 갖는 게 필요하겠지?

 

번역이 정말 훌륭하다. 무어의 타고난 유머를 잘 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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